
경기도교육청이 수년간 이어진 지자체·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과학고등학교 신설을 추진한다.
이번에 신설되는 과학고는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선정하는 기존 특수목적고(특목고) 지정 방식이 아닌 공모 방식으로 이뤄져 지자체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23일 과학고 신설 등을 담은 '이공계 인재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과학고는 말 그대로 과학 분야 우수학생을 키우는 특목고다.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국가 교육 과정을 따르지만, 대학급 실험 시설을 통해 전문적인 수업을 제공하고 한 반에 학생 수가 20명이 채 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당초 경기도내에는 수원의 경기과학고, 의정부의 경기북과학고 등 2곳의 과학고가 있었지만, 지난 2010년 경기과학고가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되면서 과학고는 1곳으로 줄었다.
반면 경기도(1363만 명)보다 인구수가 적은 서울(938만 명)·부산(328만 명)·인천(300만 명)·경북(254만 명)·경남(324만 명)에는 각각 2곳의 과학고가 있다.
도 단위 모집인 데다 타 지역보다 학생 수가 많은 지역 특성 탓에 경기북과학고의 입학 경쟁률(2024학년도 기준)은 10.38대 1로, 전국 평균 3.83대 1보다 높다.
이 때문에 지자체와 학부모들은 수년간 과학고 신규 지정을 요청해 왔다.
이번 과학고 신설은 기존 특목고 신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동안 특목고 지정은 교육청이 학생수, 수요, 주변 요건 등을 고려해 신설 및 전환을 결정, 관할 지자체에 통보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신설되는 과학고는 공모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자체와 교육지원청이 기업 및 연구기관 협력 여부, 지원 방안, 예산 규모 등을 제출하면 도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예비지정을 한다. 이후 특목고 지정·운영 위원회 심의를 거쳐 교육부 장관 동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과학고 신규 지정 기준 설정을 위해 최근 정책연구에 착수했다. 오는 7월 정책연구 결과가 나오면 지정 기준을 마련해 8월에는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10여년 간 과학고를 신설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며 "수많은 요구 속에서 공정하게 과학고를 지정할 수 있도록 공모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이 과학고 신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자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참여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현재까지 과학고에 관심을 보인 지역은 용인·성남·부천·고양·시흥 등 5곳이다.
용인시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국가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를 활용해 첨단산업 관련 기업과 미래 과학인재 육성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성남시는 신상진 성남시장과 오찬숙 성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손을 맞잡고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학교 관계자, 교육전문가, 학부모 등이 참여한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부천시는 기존 인문계 고등학교인 부천고를 과학고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시·시의회·교육지원청·부천고가 함께 '과학고 설립추진 공동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고양시는 지난해 10월 창릉신도시 예정지 등에 학교 용지 확보를 추진하고 '과학고 설립추진단'을 발족한 데 이어 11월에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에게 과학고 설립 제안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시흥캠퍼스를 강점으로 내세운 시흥시도 지난달 임 교육감에게 과학고 설립 제안서를 전달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과학고를 1곳을 신규 지정할지 복수를 지정할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며 "상황에 따라 2개 이상을 지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경기매거진 = 지명신 기자 ]